작성자: 유효재 차장
세계평화여성연합에서는
9월 8일(화)~9일(수) 1박 2일 간 제주에서
회원 등 39명이 참여한 가운데,
2026 웰니스 평화 여정을 진행했습니다.
여기 그 생생한 스토리를 들려드립니다.

제주공항에 하나둘 내려선 39명의 얼굴엔
설렘과 약간의 긴장이 섞여 있었다.
9월 8일 화요일, 아직 늦더위가 남은 제주.
버스에 오른 이들은 서로 통성명을 나누며
이번 여정의 첫걸음을 뗐다.
서울, 경기, 충주, 김해, 그리고 제주 현지 지부까지
전국 각지에서 모인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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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향한 첫 목적지는 제주4·3평화기념관.
많은 이들에게 이곳은
"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몰랐던" 역사였다.
제주에 시집와 30년째 살고 있다는
마츠카와 님에게 이곳은 낯설지 않은 장소였다.
평소에도 4·3 유족회 분들과 함께
학살터와 위령탑을 찾아 기도를 올려온 그녀였다.
하지만 이번 평화공원 명상 시간,
안내자의 말을 따라
"자신이 한 그루의 나무가 되었다"고
상상해본 순간은 달랐다.
"무고한 생명들이 희생되는 그 모든 것을 보고도
나무가 된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그저 보고만 있어야 했던 순간이 너무 큰 슬픔이 다가왔어요."
나무 안에 갇힌 채 그 오랜 세월을 견뎌온 서글픈 마음이 밀려왔고,
그녀는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소감을 통해 밝혔다.
역사의 아픔을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느낀 순간이었다.

평소 제주에 살면서도 선뜻
4·3평화공원을 찾지 못했다던 오모리 님도
그 자리에 있었다.
남편의 친척 중 4·3 당시 실종된 분이 있어,
처음엔 해설조차 듣고 싶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페회식에서 듣게 된
김고은 회장(세계평화여성연합 한국회장)의 말씀 중
‘아픔을 깊이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치유와 화해가 시작된다’는
발언이 그녀의 마음을 조금씩 풀어주었다.


첫째날 저녁,
벵가스테이 리조트 연회장에 모인 참가자들은
조를 나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주제는 통일과 북한을 둘러싼 찬반 토론,
누군가에게는 익숙지 않은 입장에 서보는 시간이었다.
중학생 때부터 "북한 지원은 반대"라는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한 참가자는,
상대 팀의 "문화 예술 교류가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고 통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는
주장에 뜻밖의 울림을 받았다고 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북한의 핵 보유를 옹호하는 입장에 서보며
"아! 이래서 북한이 핵을 포기 못 하는구나"를 체감했고,
그렇다면 반대로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고 털어놓았다.
| 무조건 ‘맞다, 틀리다’가 아니라 상대의 자리에 서봐야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이튿날 아침,
지친 마음을 다독일 시간이 찾아왔다.
수영장 위에 몸을 눕히고 울려 퍼지는
싱잉볼 소리에 귀 기울이는
워터 싱잉볼 체험은 단연 이번 여정의 하이라이트였다.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살아온 오은혜 님은
늘 자신보다 가족을 먼저 챙겨왔다.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고,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의 숨결에 머물며 편히 쉬라’는
안내를 듣는 순간, 굳어 있던 몸과 마음의 긴장이
탁 풀리는 걸 느꼈다고 한다.
몇 년 만에 누군가의 엄마도, 아내도 아닌
온전한 '나 자신'으로 머문 시간.
그녀는 "여기서 얻은 맑은 에너지를 품고 돌아가,
가족을 더 따뜻하게 안아주겠다"는 다짐을 남겼다.

이가연 님에게 워터 싱잉볼은 오랜 버킷리스트였다.
SNS에서 보고 언젠가 해보고 싶다
생각했던 그 순간이 현실이 된 것이다.
"물 위에 떠서 바람 소리와 푸른 하늘,
싱잉볼의 울림을 들으며 정말 기분 좋은 곳에서,
기분 좋은 소리를 들으며 치유받을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거북목으로 고민이 많았던 다끼구지 님은
움직임 요가를 통해 자세가 교정되는 느낌을 받았다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 경험을 꼭 권하고 싶다고 했다.
태어날 때부터 고관절 탈구로
어릴 적 세 번이나 수술을 받았다는 아시다 님도,
강사의 세심한 지도 덕분에 무리 없이 요가를 마쳤다.
"새롭게 다시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그의 말은 이번 여정이 남긴 가장 뭉클한 문장 중 하나였다.

1박 2일의 여정은 소감을 나누는 시간으로 마무리됐다.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편지를 쓰며 눈물을 흘렸다는
김정영 님은 "현재 머문 그 순간이 가장 귀한 것 같다"며,
집으로 돌아가 옳고 그름을 내려놓고
가정 안에서도 평화를 이루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적었다.
역사의 상처를 마주하는 것에서 시작해,
다른 생각을 가진 이를 이해하는 법을 배우고,
결국 자기 자신과 화해하는 것으로 끝맺은
웰니스 평화 여정.
참가자들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제주를 찾았지만,
돌아가는 길엔 같은 것을 손에 쥐고 있었다.
파로 몸과 마음에 새겨진 작은 평화 하나를..
